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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석 시인이 읽어주는 詩 88-막장 독

 안양광역신문사(aknews@paran.com)

 2010-06-10 오후 5:50:00  4770
- File 1 : 20100610175015.jpg  (30 KB), Download : 1281

 

 

 

막장 독

 

 

고 정 숙

 

뒤 곁 양지바른 장독대
짙은 갈색피부에 배 불룩 나온 커다란 막장 독
매일 반지르르 닦고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수십 년을 그 자리에 익히고 있었지.
 
언제부터
싱거워진 테두리 안에선 곰팡이가 피고 있었지만
자기 몸을 찌개로 쌈장으로 퍼 줄줄만 알았지
부풀어 오르는 속을 몰랐어.
거기다 자식에게 더 맛있게 먹이겠다고
깻잎이며 무를 박아 넣어 짱아찌도 만들었지.
 
가끔 막장위에다 소금만 술술 하얗게 덮어
피어나는 곰팡이를 감추고 있었지만
머릿속 생각하나 툭 터지고
마비된 혀에 말처럼 맛도 잃는 장
수십 년 손맛 배어둔 장독대를 떠나
요양병원 침대위에 앉아있네.
 
막장 독 빈속을 기웃거리는 햇빛
그 햇빛만이 어루만져 주었던 속살
빈자리 더듬다 거두어 가는 해의 눈빛에
더 깊은 속 보듬지 못한 눈물이 설핏 반짝였네.

 

막장은 된장의 한가지이다. 간장, 고추장 다 사먹는 얄팍한 맛의 시대에 깊고 구수한 된장 맛을 떠올려 본다. 그 맛을 지키며 신神처럼 장독대를 떠 받들며 정한수 한 그릇 떠놓고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던 어머니ㅡ 이를 어찌 미신이라 내칠수 있는가. 갖은 고생 속에서도 정성을 다해 살아가던 순박한 어머니 이야기는 오히려 눈시울부터 뜨거워 진다. 된장, 고추장 맛도 지켜내지 못한 미안함도 크기만 하다.
<배준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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