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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석 시인이 읽어주는 詩 89 - 일방통행

 안양광역신문사(aknews@paran.com)

 2010-06-26 오전 10:01:00  4003
- File 1 : 2010062610023.jpg  (30 KB), Download : 1245

 

 

 

일방통행

 

 박 혜 숙

 

 

‘여기 일방통행인지 몰라 이여자야’
삿대질하는 대머리아저씨의 손가락을 물고
‘알면 들어왔겠어 이 아저씨야’
대충 눈짓으로 답하고 나는 눈을 감아버린다
대낮이라 아저씨의 대머리가 눈이 부셔서
되돌아가라는 손짓만 바라보다 멀미가 나서
내가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눈앞에 있는데 아직 소화를 못 시켜서 토할 것 같다
나 스트레스성 위염이잖아
보통날 보통으로 먹어도 제 역할도 못하는 나한테
일방적으로 이별통보를 받아들고 내가
알았으면 오늘 같은 날
우아하게 너랑 마주앉아서 빵 쪼가리나 뜯었겠어
알았으면 오늘 같은 날
명치 끝 짓이기며 하릴 없이 아저씨를 막아서고 있지 않을 거란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터질 것 같은 경적음 대낮에 헤드라이트 쏘아대며 다그치지 않아도

눈을 떴을 때, 더 이상 눈이 부시지 않았다
떠난 그 자리에 ‘일방통행’
화살표 방향으로 매달려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
나는 힘껏 액셀을 밟는다

 

일방통행이 갖고 있는 두 가지 뜻을 다 차용한 작품이다. 일방통행 길로 잘못 들어선 나와, 일방적으로 이별통보를 받은 내 이야기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살다보면 일방통행식으로 당하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벌건 대낮에, 모두 깨어 있는 시대에 갑자기, 어이없이 당하는 일들도 많다.

 

그러나 일방통행 길로 들어선 것은 내 잘못이다. 그래서 다시 엑셀을 힘껏 밟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별의 아픔도 치유할 수밖에.

(배준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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