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시간 주민과 학생들, 이제는 ‘인간신호등’ 익숙한 풍경으로 받아들여

학의천 버들개지에 통통히 물이 오르고, 버들잎에는 어느 새 연둣빛 봄빛이 내려앉았다.

새봄, 초등학교 등교시간은 아이들 목소리가 새소리처럼 정겹다. 

지난 3월 4일 오전 비산초등학교 후문 앞. 그곳에는 어김없이 하얀 장갑을 손에 끼고 호루라기를 입에 문 할아버지가 서 계셨다. 아이들 눈에 문수곤 전 시의원은 인자한 할아버지로 보였다. 매일 아침 등교시간마다 교통정리를 해주시는 분. 

아이들은 무심히 그의 손끝이 신호를 주는 대로 기다렸다가, 또는 길을 건넌다. 이 풍경이 시작된 게 벌써 14년째다. 

“매일 아침 아이들을 만난다는 게 즐거운 일이죠. 더구나 오늘은 새학년이 시작되는 날이어서 저도 덩달아 마음이 설렙니다.” 

▲ 비산1동 주민 정덕남 씨가 주민 대표로 감사의 마음을 담은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날, 비산1동 주민인 정덕남 씨가 꽃다발을 한아름 준비해 와 문 전 의원에게 드렸다. “변함없는 봉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는 인사와 함께. 

안양시의회 4선 의원을 지낸 전 문수곤 의원은 14년 전인 2006년 처음으로 이곳 비산초 후문 앞에서 교통봉사를 시작했다. 이곳은 출퇴근시간에 자가용과 버스 등 차량 운행이 잦고, 아이들 등교시간과 맞물리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은 당황하기 일쑤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 동안 봉사를 한 것이 어느덧 14년이 되었다. 

처음 교통봉사를 시작할 때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그들도 변하지 않는 아침 풍경을 마주치게 되면 “아니, 저분이 아직까지도?” 하는 감회를 감추지 못한다. 가끔은 아이들이 감사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전해주기도 하고, 사탕 같은 것을 손에 쥐여 주기도 한다.  

“저도 처음 시작부터 언제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했지요. 제 성격상 뭐든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편이기에, 금방 그만두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계속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10년을 넘게 하다 보니 이제 제 생활 속에서도 교통봉사가 즐겁고 보람있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를 그만두고 봉사를 하다 보니, 표를 의식해 봉사한다는 일부 주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어서 더 마음이 가볍습니다.” 

문 전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역 후배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보였다. 이제는 경험과 경륜을 겸비한 생활정치 대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와주고 자문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양종합운동장 정문앞 한 빌딩 3층 그의 사무실에는 후배 의원들이나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이 작은 보금자리에서 오는 손님들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보람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치 고향집에 계시는 부모님처럼 든든한 마음의 의지처로 존재하는 것이다.

김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