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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을 가졌는가

 안양광역신문사(aknews0511@daum.net)

 2021-07-15 오후 6:04:17  596
- File 1 : 2021071518418.jpg  (47 KB), Download : 53

 

 

 

유화웅 시인, 수필가, 예닮글로벌학교장 

함석헌(1901-1989) 선생의 시 중에 그 사람을 가졌는가는 시대를 초월하고 세대를 넘나들며 공감과 교훈과 인생의 가르침이 짙은 울림을 주는 시입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길 나서는 길 / 처자를 내 맡기며 /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 ‘저 말이야하고 믿어지는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 저 만을 살려 두거라일러 중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에 / ‘저 하나 있으니하며 /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읽을수록 숙연해지고 삶을 돌아보며 주위를 생각하게 하는 시입니다.

사람 사는 사회에 사람이 사라지고 있는 듯한 사막 같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상의 문물사이에 사람의 본성도 따라 변하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 윤리와 도덕 그리고 이성과 지성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서로 배려하고 섬기고 나누며 사랑으로 결속되는 사람만이 가지는 특성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필요에 따라 버리고, 떠나고,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이기적 모습의 극치를 보는 듯합니다.

예전 친구의 개념과 관계는 목숨을 같이 하는 전쟁터의 전우(戰友)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친구관계의 고사성어도 어릴 적 흉, 허물없이 자라 마음을 함께 한다는 죽마고우로부터 문경지교(刎頸之交) ‘목을 베어도 변치 않을 친구 사이등 교훈이 되는 많은 글이 있습니다. 공자께서도 논어 첫 장에 유붕이 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 自遠訪來 不亦樂乎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또한 얼마나 즐거운가)’라고 친구의 만남과 교제를 모든 인간관계에 우선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우애와 의리는 학교, 직장, 고향, 신앙공동체, 정치집단 등을 비롯 각종 크고 적은 모임에서 강조되고 추구하는 덕목입니다.

처음에는 같은 뜻으로 가족처럼 똘똘 뭉쳐 우리 영역에는 다른 사람의 접근과 가입이 불가능하고 철옹성처럼 뭉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와 다름을 보이면서 처음의 마음이 서서히 변하고 갈라지고 게다가 이해(利害)관계에서 첨예하게 대립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면 몸 담았던 조직에서 탈퇴할 명분을 찾습니다. 명분이 생기면 자기 합리화를 위해 조직을 향해 공격합니다. 이 때 사용되는 무기는 주변 사람을 도구화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폭력 수준의 언어가 무기가 됩니다. 어제까지 당신 없으면 못 산다는 멜로 드라마의 대사 수준으로 밀착 관계를 유지하던 이들이 한순간 저격수로 변하기도 하고, 생선회 칼질하듯 상대방을 앙상한 뼈만 드러내도록 무차별 공격을 합니다.

그러다 이러한 공격과 방어는 남을 죽이고, 내가 살아야 한다는 논리지만 결국 서로 파멸해 가는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언뜻보면 상대방에 대한 반대, 비판, 부정이 힘이 있어 보이지만 공격당한 상대방은 더 강력한 무기로 대응하고 고소, 고발 등 소모성 전쟁이 되어 경제적 파탄과 개인과 가정의 몰락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달리는 사람 발목 잡으려는 아주 야비한 술수와 비인간적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같은 씨족, 같은 지역, 같은 학연, 같은 종교 등으로 처음에 시작되어 대동단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서로 등 돌리고 적이 되어 사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눈에 핏발을 세우며 사생결단하듯 상대방을 공격하는 지도층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기도 합니다.

같은 민족이라는 감상적 접근이 아니더라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가까워지는 노력이 모든 분야에서 필요합니다.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는 질문 앞에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개인과 사회가 되어야 불안한 미래 사회를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목숨을 바쳐 상대방을 지켜 줄 사람은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무참하게 짓밟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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