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석 시인이 읽어주는 詩. 95
파
강 문 순
감자국을 끓이며 파를 찾는다
신문지에 둘둘 말린 파는 물러 있다
성질 급한 사람을 닮았다
푸르룩 거리며 덤벼들 때는
눈이 따갑게 매워 한발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눈물 쏙 빼게 옳은 소리만 하는
그 사람 잔소리는 톡 쏘게 독하다
너무 길고 지루하다
머리 부분 빼고 꼬리 잘라 내면
참을 만하겠다
서슬 퍼렇던 성질 한꺼풀 벗겨냈다
한소끔 끓인 뽀얀 감자국에
고명 같은 파 송송 썰어 넣었다
고얀 성질 쉽게 죽지 않는다
보란 듯이 파랗게 살아 동동 떠 있다
한 대접씩 떠서 식구끼리 나눠 먹는다
고약한 사람
밥상머리에 풀죽은 채 골라져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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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사실 별 것이 아니다.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사실대로 말하면 재미없어 조금 다른 이야기와 비유를 한다. 그래야 읽는 사람이 재미있게 상상하며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詩를 정말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꼭 해야 할 이야기를 잘 알고 시의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詩는 독하고 맵고 성질 급한 사람을 파에 비유하고 있다. 그렇게 고약하게 살다보면 인생이 피곤해 진다는 이야기다. 이제 날도 선선해지는데 성질 좀 죽이고 편안하게 살아보자.
(배준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