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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석 시인이 읽어주는 詩 99 - 못

기사입력 2010-09-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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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최 승 훈



  할아버지는 목수였다

  온종일 뚝딱뚝딱 쓱쓱

  찬장도 만들고 문틀도 짜고

  자투리 나무토막으로는 권총도 만들어주었다

  간혹 잘못 박혀 구부러진 못은

  함부로 버리지 않고 한곳에 따로 모아 두었다가

  일감이 떨어진 날이면 꾸부정하게 쪼그리고 앉아

  못의 등을 곧게 펴서 연장통에 다시 넣어두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평생 손에 쥐고 놓지 않았던

  망치를 떨어뜨렸다

  할아버지가 그러했듯이 하나님도

  할아버지의 꼬부라진 등을 젊게 펴서

  하늘나라에 두고 귀히 쓰시려나 보다


  길가에 버려져 녹슬어 가는 굽은 못을 보면

  할아버지를 만난 듯 정답게

  등을 두들겨 주고 싶어진다


  ---------------------------------


   함부로 쓰고 버리고, 먹다가 남아서 버리고, 멀쩡한 것도 마구 버리는

 세상에 못 하나도 아껴 쓰던 할아버지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하나님까지 귀히 쓰실 것 같다는 표현에서는 오랜 여운까지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는 구부러진 존재도 얼마든지 펴서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만들어 놓았다. 현대 동시의 섬세한 모습이다.    (배준석 시인)

   

안양광역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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