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허 말 임
돌담보다 커버린 아이는
까맣게 영글어가는
목마른 기억을 더듬었다
삼베적삼 속으로
무수히 드나들던 여린 손
만져지지 않는 세월이
까칠하게 붙잡았다
사립문 굳게 닫아놓고
어머니, 먼 길 떠나셨는데
돌아오지 않는 기다림에
울컥 솟는 노란 현기증
이제야 오래 닫아 두었던
그리움의 문 여는 걸까
마주선 아이
둥근 미소가 해맑다
-----------------------
먼 길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나와 해바라기는
동일한 존재이다. 「울컥 솟는 노란 현기증」은 그
그리움을 표현한 절창이다.
어린 시절의 나와 이제 돌담보다 큰 나 사이에도
세월이 많이 지나갔다. 무심한 해바라기만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은 가을이다. 철없던 시절의 모습처럼.
(배준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