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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석 시인이 읽어주는 詩. 104 - 끼리끼리

기사입력 2010-10-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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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정 희 숙




콩을 고른다

탱글탱글 잘 여문 콩 속에

씹다버린 껌처럼 찌그러진 콩이 있다

그 콩을 따로 모은다.

그들끼리 모아 놓으니

끼리끼리, 거기서 거기다

고를 것이 없다

끼리끼리 포갤 수 있다

끼리끼리 안을 수 있다

끼리끼리 즐겁다


모가 없는 것들은 안을 수 없다

살짝 스치기만 한다


씹힌 자국은 추억이다

자국 안에 흙이

자국 안에 바람이

자국 안에 햇빛이

자국 안에 벌레가

자국 안에 눈물이

자국 안에 손길이 들어 있다

끼리끼리 그 상처 보듬는다

끼리끼리 그 추억 씹는다

끼리끼리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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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콩 이야기이다. 그런 콩 속에 오히려 바람이

불고 벌레도 살고 눈물도 있다는 이야기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영악스럽고 잘나고 미끈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왜 이리 삭막하고 쌀쌀한 바람만

부는 것 같은지.   (배준석 시인)

안양광역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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