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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에 꿀 짙게 바르고

<유화웅 칼럼>

기사입력 2022-01-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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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웅 시인, 수필가, 예닮글로벌학교장 

민심을 얻는데는 탁월한 말재주를 가진 이들을 당할 수가 없습니다.

민심을 얻어 권력을 잡은 후에는 말과 다르고 민심은 혼란스럽고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하는 것을 봅니다. 역사에서 이 같은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역대의 간신 중에서도 이임보(李林甫 683-752)는 최악의 간신으로 꼽히는 자입니다.

이임보는 당나라 현종(玄宗 685-762, 일명 당명황)이 사랑하는 후궁에게 잘 보여 출세 가도를 달렸습니다. 그는 19년 동안 현종 가까이 있으면서 인사권을 쥐고 나라의 정치를 농단하였습니다.

자기보다 우위에 있거나 현종의 사랑을 더 받는다는 이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제거해야만 하는 자였습니다.

이임보의 전임자로 엄정지라는 성품이 곧고 덕망이 높은 명재상이 있었습니다. 현종이 어느 날 그 사람을 재 등용하고 싶은데 어디 있는가 궁금해하자, 이임보는 엄정지가 중앙으로 올라와 현종 가까이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엄정지는 이임보가 집권하면서 지방으로 쫓겨나 산서성의 작은 지방인 강군(絳郡)의 태수로 있었습니다.

이임보는 계략을 꾸밉니다. 엄정지의 동생 엄손지를 불러서 웃는 얼굴로 말을 합니다.

폐하께서 당신 형님을 대단히 좋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폐하를 한번 뵙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어떻겠소. 폐하께서 반드시 높은 벼슬을 내리실 것입니다. 그러니 신병을 치료할 겸 장안으로 가고 싶다는 상소문을 올리는 것이 좋겠소.’ 이 말을 들은 엄손지가 형 엄정지에게 연락을 해서 엄정지는 이임보의 호의에 감사하며 시키는 대로 휴양차 중앙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상소문을 올렸습니다. 이임보는 이 상소문을 가지고 현종에게 폐하께서 알아보라고 하신 엄정지에게서 상소문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을 보면 아무래도 나이도 늙고 몸도 약하고 해서 직책을 수행하기가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중앙으로 불러들여 한가한 직책을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라고 보고를 했습니다.

이에 속은 현종은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하면서 엄정지를 태수의 직을 해임하고 중앙으로 올라오게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임보의 계략인 것을 나중에 알고 엄정지는 화병으로 죽었습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상대방을 지극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소중유도(笑中有刀, 웃음 속에 칼이 들어있어 남을 해치는 말)라 하겠습니다.

이임보의 농간의 한 예에 불과하지만 이임보로 인해 현군이었던 당현종은 사치와 향락에 빠져 결국 안녹산의 난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서 이임보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진 사람을 미워하고, 재주있는 사람을 시기하며,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밀어내고, 내리 눌렀다. 성질이 음험해서 사람들이 말하기를 입에는 꿀이 있고 뱃속에는 칼이 들어 있다.’(口有蜜腹有劍구유밀복유검)고 했다.

구밀복검이 이임보로 인해 지어진 고사라고 하겠습니다.

이임보가 죽은 후에 이임보의 생전의 행각이 하나하나 드러나게 되자 현종은 이임보가 누렸던 벼슬을 모두 박탈하고 서민으로 강등시켰으며 그의 묘를 파내서 서민들의 관에 시체를 넣어 묻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정치하는 사람들의 사고와 언행은 진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나랏돈을 자기 주머니돈처럼 말하고 지방색, 지역 감정을 타파해야 한다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선거철만 되면 지방에 가서는 이 지역이 고향이니, 이 지방의 아들이니, 딸이니, 나의 조상의 뿌리라는 등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갓 쓰고 도포입고 큰 절 올리는 모습을 봅니다. 라이벌로 경쟁하기보다 적으로 여겨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음해하고 고발, 고소나 남발하고 조상적 잘못, 사돈의 팔촌의 약점과 잘못 파헤쳐서 재기 불능의 상태로 짓밟는 모습을 봅니다. 겉으로는 웃음을 띠고 말로는 비수를 꽂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며 추종자를 동원하여 공격하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화려한 수사와 말솜씨로 국민을 유혹합니다. 입술에 바른 꿀만 보고 맛에 취하여 뱃속에 비수가 들어 있는 것을 모르는 국민들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부드러운 얼굴을 보이면서 고양이처럼 사람을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해치는 인묘(人描)의 모습을 한 자들이 지도자가 되면 그 다음 고통의 몫은 국민들이라 하겠습니다.

안양광역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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