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위대한 일을 한 사람도 이름 석자 찾아볼 수 없는 이들도 있습니다.
전쟁의 영웅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전쟁사의 권위자인 미국의 에드윈 P.호이트씨가 ‘군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후퇴작전 가운데 하나’라는 다소 역설적인 표현을 쓴 6.25동란 때 장진호(長津湖)전투는 잊혀질 수 없는 우리민족의 아픔입니다.
‘침낭 속에 들어가 잠을 자다가 침낭 지퍼가 얼어붙어 나오지 못하는 사이에 중공군의 총검에 찔려 죽은 미 해병이 있는가 하면 추위를 피해 참호속에 들어 갔다가 얼음덩이가 되어 미군에게 발견된 중공군도 여럿있었다’라고 전해지는 장진호 전투의 참상입니다.
낮에는 영하 20℃ 밤에는 영하 32℃의 혹한 속에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U.N군과 우리 군은 흥남부두를 통해 철수하게 되자 수 많은 피란민들도 몰려들어 배에 오르려 했습니다.
최종 승선 허가권자는 알몬드 군단장이었는데 그는 군장병들 외에 피란민은 승선할 수 없다며 ‘우리는 맥아더 U.N군 총사령관의 철수 명령대로 안전한 군사적 철수만을 생각하고 있소.’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알몬드 장군은 군철수만을 고집하자 우리 국군 제 1군단장 김백일(金白一1951.3 대구상공에서 비행기 사고로 전사) 장군이 알몬드 장군에게 피란민도 승선해야한다고 집요하고 강력하게 설득했다고 합니다.
알몬드 장군이 이를 거부하자 ‘우리 1군단 병력은 모두 배를 타지 않겠소. 도보로 가든지 이 자리에서 적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겠소. 그러니 저 피란민들을 우리 군 대신 태워주시오!라는 열변에 합석해있던 보좌관 포니 대령과 군단장 고문관 현봉학 씨 등이 합세하여 알몬드 장군의 승낙을 받아냈다고 합니다. 알몬드 장군은 ‘배의 빈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이 침몰하지 않을 수준까지 피란민을 태우고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10일에 걸쳐 철수작전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철수작전은 한 마디 명령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명령은 참으로 어마어마한 스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1950년 12월 23일 흥남항을 출발한 7,600톤 규모의 메러디스 빅토리아호는 1천명 승선을 예상했으나 ‘레너드 라루’ 선장 결단에 따라 배에 실었던 무기를 전부 내리고 피란민 1만 4000명을 승선시켰다고 합니다. 3일 동안 항해하면서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었고 장승포에 도착했을 때 새생명 5명이 탄생했으며 태어난 순서대로 이름을 김치1, 김치2, 김치3, 김치4, 김치5라고 아기들의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합니다.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아 호는 무어 맥코멕 회사 소속 7600톤급 화물선이었다고 합니다. 화물선 승선 인원은 60명인데 이 때는 48명이 배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고 화물 대신 피란민을 승선시키기 위해서는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전시 상황에서 모든 결정은 ‘레너드 라루’선장이 결정하게 되었는데 선장의 나이 37세이고 2등 항해사 ‘로버트 러니’의 나이는 22세이고 선원 대부분 20대였다고 합니다.
아무리 전시라고 해도 군 지휘관이 화물선의 운항에 관해서는 지시 명령을 할 수가 없고 운항의 전권은 선장에게 있는데 선장 ‘레너드 라루’는 피란민을 태우라고 2등 항해사 ‘로버트 러니’에게 명령을 하는 것입니다. ‘러니! 저들을 태우시오! 태울 수 있는 한 많이 태우시오! 만명이 넘으면 내게 보고사시오!’ 영화 ‘국제시장’의 역사적 현장이었습니다.
그 결과 해전사상 가장 많은 기뢰(機雷)가 깔려 있던 흥남 앞바다를 무사히 항해하여 1만 4000명의 귀중한 생명을 살렸다고 기네스북에 오르는 기적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 선장 ‘레너드 라루’는 미국의 뉴 저지의 성 베네딕도 수도원 카톨릭 수사 마리너스 신부가 되어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살며 ‘한국인이 많이 보고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랑합니다. 라고 회고했다고 채수정(학철)작가는 그의 저서 백선엽장군실록 하늘의 별이 되어’에 수록하고 있습니다.
김백일 장군, 알몬드 장군, 포니 대령, 현봉학 씨, ‘레너드 라루’ 선장, ‘로버트 러니’ 항해사 외에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에 헌신한 모든 분들은 우리 민족이 육비(肉碑)에 새겨 전할 분들입니다.
장진호전투 50일간의 사투는 또다른 6.25로 기억되어야하고 인류애의 산 증거를 보여주는 가슴이 뜨거운 사람들을 기억해야하고 후세에 전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인류애와 애국심은 유통기간이 없습니다.
유화웅-시인, 수필가/예닮글로벌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