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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웅칼럼

그대, 피리 불지 마오

기사입력 2022-11-17 19:10 수정 2022-11-1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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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리부는 사나이 / 걱정 하나 없는 떠돌이 / 은빛 피리 하나 갖고 다니지 // 모진 비바람을 맞아도 /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 입에 피리 하나 물고서 / 언제나 웃고다니지 /
송창식씨가 작사하고 작곡해 자기가 불러 히트한 노래입니다.
피리는 일반적으로 대나무에 7개의 구멍을 뚫어 소리를 내게 하는데 구멍의 개수(個數)는 7개보다 더 많게도, 적게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피리의 종류로는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가 있고 풀잎을 뜯어 연주하는 풀피리 즉 초적(草笛)도 있고, 옥으로 만든 피리(玉笛)도 있었다고 동국여지승람에 전해오기도 합니다.
삼국유사에 신비로운 피리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파식적(萬波息笛)’입니다. 글자대로 직역을 하면 ‘피리소리가 많은 파도 즉, 어려움을 멈추게 한다’입니다.
신라 30대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 죽고, 왕위에 오른 아들 신문왕은 아버지 문무왕을 기리기 위해 감은사(感恩寺)를 지었습니다.
문무왕은 해룡(海龍)이 되었고, 김유신 장군은 천신(天神)이 되었는데 두 분이 합심하여 용을 시켜서 동해의 한 섬에 대나무를 보냈습니다.
왕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태평해질 것이라 한, 용의 말을 듣고 대나무를 가지고 나와 피리를 만들어 보관하였다고 합니다.
신문왕은 즉위(A.D 681)하면서 왜적의 침입으로 나라인심이 흉흉하고 설상가상으로 장인 김흠돌(金欽突)의 반역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김흠돌과 흥원, 진공 등 모반 세력들을 잡아 처형하고 왕비 김씨도 죽이면서 난국을 극복했습니다.
나라가 어지러운 상태에서 민심의 안정과 왕권의 확립을 위해 등장한 마술피리 이야기는 민심 달래기와 왕의 통치능력과 권신들과 귀족들을 다스리는데 더 없는 도구이고 신비감을 세상에 심어 주기에 매우 적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삼국을 통일하였다고 하지만 고구려, 백제의 유민들이 곳곳에서 실지회복과 재건을 위해도발을 하는 어려운 상황에 흉년과 전염병 등은 왕의 힘으로 다스리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때 등장한 피리는 만병통치의 능력을 지닌 신통한 악기였습니다.
외적이 침입하거나 가뭄이 들거나 역병이 창궐할 때 이 피리를 불면 외적이 물러가고 비가 내리고 질병이 완치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나라에 어려움(파도)이 일어날 때마다 왕은 피리를 불어 모든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이 피리를 만파식적이라 이름하였다고 합니다.
이 피리는 현대에 와서도 양태만 바뀌었을 뿐 피리를 부는 위정자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른바돈피리입니다. 지자체장, 지방의원, 국회의원, 대통령 하려는 이들이 선거때만 되면 자기 돈을 주는 것처럼 국민이 낸 혈세를 가지고 표를 얻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피리를 불어 댑니다. 결국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입니다. 결국 국민들을 빚쟁이로 만들고 있습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공약을 내세워 정부가 앞장서서 부채를 늘렸습니다. 국민들은 장님 제 닭 잡아먹는 격이 되었습니다.
개인은 개인대로 은행 빚 짊어지고, 국가는 국가대로 국가부채가 GDP대비 47.0%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선거철만 되면 돈피리를 불러댑니다. 국민들은 달콤한 소리에 취해 사리분별이 안되고 그러는 사이 1인당 감당해야 할 나라 빚이 2000만원에 이르렀고 2021년도 나라 살림은 총 수입 570조 5000억원인데 총 지출은 600조 9000억원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30조 4000억원이 적자라고 합니다.
신문왕의 만파식적은 오늘날 만만파파(萬萬波波)를 만드는 고통의 피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국민, 국민을 외치며 피리 불던 이들은 권좌에서 물러난 후 국민은 팽개치고 아파트 몇 채씩 가지고 책임도 안지는 기관이나 회사의 자리로 옮겨 자문료니, 뭐니하며 배불리며 골프장과 해외를 드나들며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며 피리가 아닌 휘파람을 불며 즐기고 있습니다.
피리소리에 취해 있던 국민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아 한숨과 탄식소리를 내며 ‘가녀린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아 불안해 하는 새’ 신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林上坐之鳥身:東言解)

유화웅-시인, 수필가/예닮글로벌학교장

안양광역신문사 (aknews051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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