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토끼의 해로 계묘(癸卯)의 ‘계’자가 방위로는 북쪽이고 색깔로는 검다고 하며 토끼 묘(卯)자와 합하여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합니다.
토끼의 어원은 한자의 토끼 ‘토(兎)’자에 접미사가 ‘기’가 붙어 토기->토끼라고 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어에서는 ‘톡기’, ‘톳기’로 쓰였습니다.
우리 민속에서는 달의 또 다른 표현으로 ‘토월(兎月)’이라고 하는데 달 속에 토끼가 있는데 이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다고 전해지고, 과학적 해석이 부족했던 옛날에 토끼는 수컷이 없어서 암토끼가 달을 보고 새끼를 가진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새끼를 낳을 때는 입으로 토해낸다고 하여 토할 토(吐)자를 써서 토끼라고도 했습니다.
토끼의 신화적 원형은 토끼는 힘이 약하고 몸집이 작은 것에 비하여 매우 착하고 영리하고 민첩하고 지혜가 있는 동물로 상징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를 속이는 토끼, 자라를 속이는 토끼로 속임수의 명수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대중은 약자보호의 집단의식이 있어 토끼가 우둔한 강자, 불의한 강자에 저항하고 승리하는 지혜로운 영웅으로 그려 놓고 있습니다.
토끼는 민첩하여 심부름꾼 역할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토끼의 재빠름을 나타내는 한자어로 탈토지세(脫兎之勢)라고 하는데 토끼는 유교에서 충성스러운 동물로 인정합니다. 경상북도 문경시 미정면에 토천(兎遷)이란 곳이 있는데 고려 태조 왕건이 927년(태조 10년) 남쪽으로 진군할 때 이곳에 이르러보니 길이 없었습니다. 그 때 마침 토끼가 나타나 벼랑길을 따라 달아나는 것을 보고 왕건을 안내했다하여 토천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교에서는 옥토끼가 달에 살면서 떡을 찧거나 불사약을 만들고 있다고 하여 장생불사의 존재로 지칭합니다.
또 불교에서는 헌신과 진실의 표상으로 토끼를 꼽습니다.
전하는 말로 ‘불심(佛心)이 선한 것을 자랑하려고, 여우와 원숭이와 토끼가 제석(帝釋불법을 지키는 신)을 찾아갔는데 제석이 어찌하나 보려고 시장끼가 돈다하니, 여우는 잉어 새끼를 물어오고, 원숭이는 도토리 알을 들고 왔는데, 토끼는 빈손으로 와서 모닥불을 피우더니 불 속에 폴짝 뛰어들며, 익거든 내 고기를 잡수시라고 했다고 합니다. 제석이 그 진심을 가상히 여겨 유해나마 길이 우러러 보라고 달 속에 옮겨 놓아 지금도 토끼가 달 속에 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문학에서는 토끼는 고대 설화 문학에서 교활한 동물로 상징됩니다. 별주부전(토끼전)에서 토끼는 남해의 용왕이 병이 들어 토끼의 간을 먹어야 낫는다고 하여 별주부(자라)가 육지로 나와 산에서 토끼를 만나 토끼를 속여 용궁으로 데리고 가는 도중, 도리어 토끼가 자기의 간을 꺼내어 씻어 햇볕에 말리느라고 간을 두고 왔다고 속이고 무사히 살아나옵니다. 반면 현대 문학에서는 선량하고 아름다움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장용학의 소설 ‘요한시집’에서는 동굴 속에 갇힌 토끼가 동굴을 빠져나왔을 때 홍두깨 같이 찌르는 빛의 충격으로 눈이 멀어 버린다는 우화적 기법으로 시작되는데, 이 때 토끼는 ‘빛’으로 상징되는 자유를 갈망하는 실존적 인간의 삶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여러 동물 중에서도 토끼는 인간과 가깝고 관계가 다양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토끼는 지혜와 교활의 양면성을 지닌 말로 교토삼굴(狡兎三窟)이 올해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교활한 토끼는 세개의 굴을 만들어 놓는다’는 뜻인데 긍정의 말로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지혜를 지닌 토끼를 닮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인간이 오죽하면 토끼를 본받아야 할까하는 부끄러움도 있습니다.
또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씁쓸한 해석도 가능합니다.
불법,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세상을 속이고, 국민을 속이며 권력도 누리고 부(富)도 누리는 자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시인, 수필가/예닮글로벌학교장